2007. 10. 4. 14:30
브래지어 속의 쇠줄을 믿지 마라


내가 진찰 중에 수시로 행하는 '과잉 진료'는 환자의 브래지어 만져보기다. 손만 가슴께로 가져가면 여성들은 화들짝 놀란다. 브래지어 둘레를 잡아 보면 열에 아홉은 딱딱한 와이어가 들어 있다. 지름 12센티 반달 모양 쇠심의 용도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브래지어 속에 설치한 쇠줄'로서 속에 담긴 내용물의 구조를 기억해서 원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선전한다. 과연 사실일까?

절대 아니다. 여자들의 관심사인 '모양'은 겨드랑이에서 어깨를 거쳐 가슴으로 연결된 흉근과 인대가 잡아 당겨 주면서 유지된다. 유방 자체도 반구형을 유지할 수 있는 얼개를 가지고 있으며, '탄력'은 지방의 유무가 결정한다. 그러므로 탱탱한 근육과 지방이 중요하지 밑에서 쇠심을 가로지르든 말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젖가슴이 뻐근하고 콕콕 찌른다는 여성


 "소화가 안 되고요, 식도에 뭐가 걸린 것처럼 답답해요. 내시경으로 봐도 아무것도 없다는데 목에 가래가 낀 것 같고 물을 마셔도 꿀꺽 내려가지 않아요."
"내과에 가서 심전도 검사를 해도 아무 이상은 없다는데 여전히 숨쉬기가 힘들어요. 젖가슴이 자주 뻐근하고 속에서 콕콕 찌르는 것 같아서 혹시 유방암은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위의 환자들의 경우 아무리 약물이나 침 치료를 한다 해도 치료를 방해하는 걸림돌인 딱딱한 브래지어를 벗어버리지 않고서는 나을 수 없었다. 어떤 여성은 쇠심으로 압박하다 보니 눌린 부위의 피부가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기도 했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지 않고 원망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고지방식을 즐기면 유방에 통증과 멍울이 잘 생긴다. 이 때 가슴을 압박하는 딱딱한 브래지어는 가슴을 더욱 압박한다.

 

제발 젖가슴 숨 좀 쉬고 살자.


나는 직장 때문에 첫아이를 우유로 키웠지만, 둘째 때는 휴직을 하고 시아버지 앞에서도 내놓고 오래토록 젖을 먹여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젖가슴은 아직도 근육과 지방 조직이 많아서 예쁘다. 그걸 누가 증명하냐고? 유방 초음파를 찍어준 방사선과 의사가 그랬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영양은 좋은데 젖이 잘 안 나와서 걱정이다. 직장 여성이 늘었다고 해도 모유 수유율 43 퍼센트는 말이 안 되는 수치다. 만일 소젖이 없다면 한국 아기들 절반이 배를 곯는다는 것 아닌가.

이는 소녀 시절부터 뽕 브래지어에 심지어 쇠 브래지어까지 한평생 사오십년 동안 브래지어를 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잠자는 시간까지 벗지 못하니 착용 시간이 거의 24 시간 전후다. 그래서 영양은 좋아졌는데도 오히려 유선은 발달이 안 되어 수유능력은 떨어지고 병적인 유방 질환을 촉진한다.. 유방이 있다고 애기 낳으면 당연히 젖이 나올 줄 알고 있다간 낭패다.
상상을 해보자. 쇠심이 들어간 스폰지 모자를 하루 10시간 몇십년 착용한다면 아마 머리털이
몽땅 빠졌을터. 가슴도 숨쉬길 원한다.

나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헐렁한 스웨터를 입거나 여름에는 반창고를 넓적하게 붙이고 셔츠를 입기도 한다. 이 연사 주먹 불끈쥐고 부르짖는다.
너도 있고 나도 있고 개나 소나 다 있는 젖을 없는 체 가리느라 고생하지 말고 젖가슴에 자유를 주자!

 

팁! 쇠심빼기 동작실시
와이어 없는 브래지어 잘 팔지도 않는다. 새로 사느라 돈 들이지 말고 빼면 된다. 안망가지니 염려 붙들어 매시라.

겨드랑이 쪽 바느질 선을 면도칼로 2밀리정도만 째고 와이어를 잡아 당기면 얌전하게 끌려 나온다. 내 것만 빼지 말고 엄마 동생  딸 것 까지 사이좋게 빼주자.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