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도처에 자국을 남기며 습관, 본능 그리고 행동의 의지가 항상 명상 중에 있는 인간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학자 앙리 포시앙의 말이다. ‘손이 봄에 솟아나는 죽순 같을 것이며 손바닥은 맑은 피를 뿌린 듯 선명해야 한다’. 18세기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에서 좋은 신부감의 조건으로 꼽은 열세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며 문화와 문명을 지니고 살 수 있게 해준 손. 말 그대로 늘 ‘수족처럼’ 옆에 두고 부리느라 그 고마움을 곰곰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던 것 또한 손이다. 건강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 손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따져본다.

♠손에 주부습진이 있다

흔히 주부습진의 주원인을 설거지나 세탁시 사용하는 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무장갑을 끼거나 습진 부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결론은 세제가 주부습진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잿물과 같은 독한 재래식 세제를 이용해 손세탁을 하던 시절도 습진은 보고되지 않았다.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몸안에 있다. 피부의 스트레스를 인체 스스로가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체질이 근본원인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운동부족으로 인한 목과 어깨와 팔의 혈행이상이 문제다. 손에 생긴 주부습진은 운동부족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겉에 약을 바르기보다는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것이 해결책이다.

♠손바닥이 벌겋다.

건강한 사람의 손바닥은 연한 분홍빛이다. 그러나 간장에 이상이 생기면 손바닥은 평소보다 붉어진다. 이처럼 손바닥이 붉어지는 것을 수장홍반(手掌紅班)이라고 한다. 손바닥이나 엄지손가락 밑의 볼록한 부분과 새끼손가락 밑의 부분이 현저하게 붉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밖의 부분은 정상이며 대부분 남성에서 이같은 증상을 볼 수 있고 여성은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타난다. 수장홍반의 경우 간경화나 만성간염이 의심되므로 관련전문의의 진찰을 요한다.

♠손톱색이 희게 변했다

손톱모양으로 질병의 유무를 짐작하는 것은 옛날부터 있어 왔다. 특히 간은 온몸의 근육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손톱은 영양분이 받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받게 되므로 손톱의 모양이 인체장기 중 간장의 영향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간의 혈액조절기능이 왕성하면 손톱의 모양이 홍색으로 광택을 띠고 부족하면 손톱의 색이 거칠고 위축되거나 너무 두꺼워진다. 손톱아래의 색깔이 흰색이면 간에 열이 있는 것으로 간염이나 간경화가 심할 때가 많다. 또 만약 부딪치거나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손톱색깔이 까만색을 띠면 위험한 상태인 경우도 있다. 전체적으로 손톱의 붉은 색이 적어지고 하얗게 변했다면 만성신장병이나 당뇨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당뇨라면 통증이 전혀 없이 손톱이 빠지기도 한다.

♠손톱의 흰 반달모양이 작아진다

대체로 엄지손톱에는 다른 손톱보다 반달이 뚜렷하다. 이 반달은 앞으로 딱딱한 손톱이 될 앞단계이다. 각화가 아직 충분하게 진행되지 못했으며 건조도 덜 됐기 때문에 색이 희다. 가는 혈관과 신경이 많이 분포돼 손톱의 신진대사와 수분공급을 맡고 있으며 이 반달은 손톱의 성장이 좋으면 커지고 성장이 나빠지면 작아지며 때로는 없어진다. 따라서 반달모양이 평소보다 작은 경우는 건강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하지만 반달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빛깔이다. 정상적인 반달은 젖빛이지만 병이 있을 때는 변한다. 반달이 남청색으로 변하면 ‘치아노제’라 하여 심장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 이밖에 여러가지 병으로 인해 구리성분이나 철분이 반달에 괴기도 한다.

♠손톱모양이 휘거나 팼다

손톱이 숟가락과 같이 위로 뒤집히는 원인은 철결핍성 빈혈에 있다. 심하면 그 오목한 부위에 물 한방울이 얹힐 수 있을 정도다. 보통 이런 증상은 하루 이틀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제법 오랫동안 빈혈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반대로 손톱이 둥글게 말리면서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둥글게 된다면 체내 산소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폐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손톱에 가로줄 모양의 함몰이 있다면 급성 심근경색이나 홍역, 폐렴, 고열 등의 질환 때문에 일시적 성장이 중단된 것이다.

♠손목 양쪽의 맥박수가 다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평소 손이나 팔이 자주 저린다면 양쪽 손목의 맥을 짚어보자. 이때 여성의 경우 한쪽 손목의 맥이 거의 짚어지지 않거나 약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태를 ‘무맥증’이라 하는데 어느 한쪽 손목의 대동맥에 염증이 생겨 혈관이 좁아졌거나 막혀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보통 이 병에 걸리면 손이나 팔이 저리다. 도움말:조경희박사(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