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31. 12:37


수면건강
작성자 윤진상(전남대병원 정신과) 등록일 2006.11.06 조회수 387




건강의 가장 일반적인 지표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여기서 '잠을 잘 잔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시(時)도 때도 없이 잠을 잔다는 뜻은 아니다. 적당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 적당량으로 취하는 숙면을 의미하며, 숙면 후에는 온전한 각성 상태와 맑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각성이 유지되어야하는 낮에 지나치게 졸거나 잠에 빠져 드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이는 병적 상태이다.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에 깨어 있지 못한다면 건강한 삶이 아니다.

과거 절대빈곤의 시대에는 영양실조로 인한 병이 큰 문제였던 반면, 비만은 오히려 부와 건강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비만은 커다란 질병이자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비만은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같은 주요 성인병의 핵심 원인이기 때문이다.

수면의 경우도 이와 같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잠을 못자는 불면증 뿐 아니라 낮 시간의 과도한 졸음이나 수면과다 역시 질병이다. 지나친 졸음과 수면과다의 근간에는 다양한 원인과 병적 상태가 존재하며, 심각한 합병증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낮에 온전하게 깨어있지 못한 상태는 피로감, 무력감, 다양한 신체적 불편, 판단력과 집중력 저하 등을 동반하고 학습이나 업무 능력을 저하시킨다. 때로는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정서장애를 일으킨다. 현대사회는 고도의 주의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가 증가하고 있어, 비록 짧은 졸음이라도 엄청난 실수나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예컨대, 산업재해나 교통사고는 순간적인 졸음에 기인하는 경우가 흔하다.

낮 시간의 과도한 졸음이나 수면과다는 이제 개인의 건강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재해를 일으키는 병이다.

왜 깨어 있어야 할 낮 시간에 졸음이나 수면과다가 발생하는가?
첫째,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면부족이나 불량한 수면습관으로 수면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연령과 관련이 있다. 수면-각성주기가 아직은 성인의 형태에 이르지 못한 영유아나 소아에서 그리고 이런 주기가 쉽게 와해되는 노인에서 흔히 발생한다.

셋째, 복용하는 약물과 관련이 있다. 진정효과가 강한 향정신성약물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진정수면제가 아니더라도 졸음을 유발하는 약물이 적지 않다. 감기약이나 멀미약을 먹으면 졸리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신체질환의 치료약물에도 진정이나 졸음을 일으키는 약효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 차량 운전이나 세밀한 기술조작을 하는 사람이 낮에 졸음을 일으키는 약물복용은 음주운전에 상응하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넷째, 개인의 수면-각성 일주기리듬이 사회적인 조건이나 규준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사회적 시차증'을 의미한다. 인간의 수면-각성은 대략 하루를 주기로 율동하는 생체 리듬(일주기리듬)으로서, 본래 자연의 빛과 어둠에 동조적으로 길들여져 있다. 즉 자연의 빛이 일주기리듬을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로서 해가 뜨면 일어나 활동을 하고 어둠이 내리면 수면상태의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전기의 사용은 자연과 동화된 인간의 고유한 수면습관을 변화시켰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신호는 자연의 빛 외에도 사회적 약속(예컨대 수업시간이나 근무시간)이 또 하나의 강력한 신호로 작용한다. 따라서 인체의 고유한 생체리듬이 사회적 환경과 동조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극단적인 저녁형(올빼미형)의 사람의 생체리듬은 늦게-심지어는 새벽녘에-자고 늦게-심지어는 정오 무렵에-일어나는 것을 선호하지만, 사회적인 규준에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즉 이들은 생체의 고유한 리듬이 잠을 자야하는 시간에 일어나 수면이 박탈된 상태에서 활동을 강요당하는 꼴이다. 이들은 우리가 유럽이나 미국으로 여행할 때 경험하는 시차증을 매일 겪고 있는 셈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아침부터 각성제인 커피를 몇 잔씩 마시는 습관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생체리듬을 사회적 신호에 탄력적으로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밤에 숙면을 방해하는 다양한 질환 특히 중추신경계 질환이 있기 때문이다.
낮에 과다수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수면장애로서 '기면병'을 들 수 있다. 이 병은 사춘기에 흔히 시작되는데, 밤에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도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병이다. 운전자라면 교통신호를 대기하는 짧은 순간에도 잠이 들어 접촉사고를 흔히 경험한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및 '호흡장애' 환자는 호흡 불편으로 밤에 빈번히 깨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며, 기도 폐쇄로 인해 산소공급이 부족하게 된다. 이들은 기상할 때 정신이 맑지 못하고 낮에는 지난 밤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졸게 된다. '코를 골 정도로 잠을 잘 잔다'는 말은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코를 고는 만큼 수면은 방해 받는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비대, 고혈압, 중풍, 기억력 감퇴, 정서장애 등이 병발하고, 심지어는 야간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잠이 들려는 밤 시간에 다리에 이상한 감각이나 통증이 발생하여 발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고 움직거리고, 다리를 주무르거나 일어나 돌아다니게 되는 '하지불안증후군', 수면 도중에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주기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는 '주기적 하지운동장애', 꿈꾸는 수면의 내용을 그대로 행동화하여 사고를 일으키는 '렘수면행동장애'등 다양한 야간의 수면장애들이 결국 숙면을 방해하고 다음날 낮에 졸음과 수면과다증을 일으킨다.

이상의 모든 조건과 질병들을 정확히 평가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낮 시간의 과도한 졸음이나 수면과다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수면과 각성은 서로 맞물려 있다. 건강한 생활이란 적절한 시간대의 숙면과 이후에 찾아오는 상쾌하고 맑은 기분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야할 시간에 깨어좀있는 상태는 병(불면증)이다. 또한 꼭 깨어 있어야 할 시간에 잠드는 것도 또 하나의 분명한 병(수면과다증)이다.



출처: 365홈케어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