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는 주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건강상식이다. 현재 감기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기약은 콧물 기침 열 등의 증세를 다소 경감시킬 뿐 병 자체를 낫게 하는 능력은 없다. 물론 감기에 걸렸다고 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다. 감기주사의 주성분인 해열제 항생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비타민 포도당 등은 감기 자체에는 별 효과가 없고 부작용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면 부신피질호르몬제는 마약과 같아서 맞을 때는 입맛이 나고 기분도 좋지만 종국에는 감기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항생제는 세균에만 효과가 있을 뿐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한다.



그런데도 주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교수는 "일반국민들간에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낫는다는 인식이 뿌리 깊은 데다 감기의 경우 약국을 먼저 들렀다가 의사를 찾기 때문에 약이 아닌 다른 것을 기대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더 빨리 나은 경우는. 이는 감기 증세가 심하지 않았거나 심리적인 위약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건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잘못된 건강상식과 검증되지 않은 의학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엉뚱한 민간요법이나 치료법 등에 의존하다 기존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는 잘못된 건강상식을 정리해 본다.



<소화기>



'속쓰림에는 우유가 좋다' '음주 전에 우유를 마시면 위장이 보호된다'. 애주가들에게 상식처럼 통하는 말이다. 이는 나름대로 근거는 있지만 정확한 건강상식은 아니다. 속쓰림은 맵고 짠 식생활로 인해 소화성궤양이 생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성궤양은 위 또는 십이지장의 공격인자와 방어인자 사이의 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위산과 같은 공격인자가 방어인자보다 강할 때 궤양이 발생하는 것이다. 칼슘은 위산분비를 증가시키는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약알카리성인 우유를 마시면 위산을 희석 또는 중화시켜 일시적으로 속쓰림을 완화시켜 준다. 그러나 우유에 많이 포함된 칼슘이 다시 위산분비를 촉진, 속을 더 쓰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소화성궤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담배와 술중 위궤양 환자에게 더 해로운 것은 무엇일까. 십중팔구는 술이 담배보다 더 해롭다고 말한다. 술은 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담배 는 위로 들어가지 않고 폐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면 위장이 헐고 미세한 점상출혈이 생긴다.



그러나 알코올로 인해 위벽이 손상을 입어도 궤양까지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며 기껏해야 위염정도를 일으킨다. 일정기간 술을 마시지 않으면 빠른시간 내에 위 점막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반면 흡연은 위궤양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연구결과 흡연자의 위궤양 발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이상 높았다. 이미 위.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위벽의 혈류량을 감소시켜 궤양을 더 악화시킨다. 또 위산분비를 촉진하고 위벽보호물질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담배를 더 피우게 되므로 속이 쓰리거나 궤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설사를 할 때는 무조건 굶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급성설사로 장의 흡수기능이 저하된 상태라면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적절한 수분과 식사가 설사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콜레라 등으로 심한 설사를 할 때는 시간당 최고 1 리터의 수분 손실이 초래되므로 자칫 탈수증세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탈수를 막기 위해 설사의 양에 따라 수분 전해질 염분 등을 보충해야 한다.



<시력>



흔히 접하는 잘못된 눈상식 중의 하나는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면 눈에 해롭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어두운 환경과 시력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게 안과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과거 촛불이나 석유등 밑에서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했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TV를 가까이서 보면 시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물론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면 눈에 피로가 올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이 TV나 책을 가까이 보는 것은 안구 조절능력이 뛰어나 가깝게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지 이같은 행동이 눈을 해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콘택트렌즈가 근시를 교정해 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콘택트 렌즈는 각막을 눌러서 일시적으로 근시를 완화해 주지만 영구적인 시력교 정 효과는 없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안과상식중의 하나는 안경을 쓰면 눈이 갈수록 나빠진다고 여기는 것. 부산백병원 안과 신성균 교수는 "근시는 눈의 앞뒤길이가 정상인보다 길기 때문에 생긴다. 근시가 있는 어린이는 몸이 성장함에 따라 눈의 앞뒤 길이도 함께 길어져 눈이 자꾸만 나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5세 정도가 되면 신체의 성장이 멈추므로 어렸을 때부터 안경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시력과 돗수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환자도 많다. 서울대병 원 안과 이진학 교수는 "자신의 시력이 0.1인데 어떤 돗수의 안경을 써야 되느냐고 묻는 환자를 흔히 본다"면서 "물론 시력이 나쁠수록 돗수가 더 높을 가능성은 있지만 시력을 돗수로 환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사람이라도 시력은 측정할 때마다 다르고 같은 돗수라도 사람마다 적응정도가 다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치아>



우리가 알고 있는 치과상식중에는 오히려 치아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식후에 껌을 씹으면 치아에 좋다' '스케일링을 자주 하면 치아가 약해진다'등은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치과상식. '사탕은 무조건 치아에 나쁘다' '임신 중에 치과에 가면 치아가 약해진다' '유치는 치료할 필요가 없다'등도 바로 잡아야 할 잘못된 치과상식이다.



사탕은 과거 이를 썩게 하는 원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설탕과 같은 맛을 내면서 세균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당분이 나와 있고, 심지어 세균을 억제하는 당분까지 개발돼 사탕 때문에 충치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임신중 치아치료도 본인은 물론 태아의 건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를 뽑을 때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는 치아 부위에만 작용하므로 태아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경희대치과병원 최유진 교수는 "치통으로 인한 임신 부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태아에 더 나쁘다"고 설명했다. 유치가 너무 일찍 빠지면 영구치가 고르게 자라지 못하고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다. 따라서 젖니에 생긴 충치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