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비평
출처 - "신과학은 없다" (강건일 박사)
* 한약은 식물,동물, 광물에서 유래된 조잡한 형태 그대로의 것이다.
한방서에 기록된 대로 또는 경험에 의해 이들 약재를 투여한다.
과학적은 약은 이와는 달리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만을 일정한 제형에
함유시킨 것이며 안정성,효능성,복용량,복용법이 과학적으로 검토된
것이다. 과학적인 약에서는 약효성분의 구조를 중요시한다. 구조만이
약 작용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천연물에서 분리된 약효성분
도 그 구조를 파악, 최적화하는 과정을 밟았으며 경제적인 합성법을
연구하였다. 최적화 과정에는 약과 인체 내의 약과 작용하는 부위인
수용체와의 화학적 상호반응의 파악이 중요하다.
수많은 노벨 화학상이 이런 화학적 연구업적으로 주어진 사실을 보아도
과학적 약의 의미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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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관광, "중앙일보" 1996년 7월 15일)
중국에 전해져 내려오는 '중약대사전" 에는 5,767 종의 한약들이
소개된다. 그 가운데는 기이한 것들이 아주 많다. 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성으로는 벌집, 매미 껍질, 박쥐 똥, 노루 배꼽, 물개
음경(남성의 외부생식기..아시죠? 자X) 따위가 있는가 하면, 광물성
으로는 금, 석탄, 수은, 운모 따위가 포함된다. 사람의 머리카락,
치아, 태반, 월경, 소변까지 약이 된다니 더 할말이 없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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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방법이 탄생하기 전에는 고대 이래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이
진리였다. 위 기사에 열거된 약이 된다는 물질은 서양에서도 과학에
의해 폐기되기 전에는 약이라고 믿어졌던 것이다.
이런것들이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의 전통의학서에도 적혀 있고
현재 그것을 합법적인 약이라고 믹고 복용하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알래스카산 해구신(물개 자지) 밀수입 적발' 이라는 기사("중앙일보"
1996년 8월6일)에는 4500만원에 상당하는 해구신(물개 음경) 30개를
캐나다로부터 밀수입한 사람이 적발되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과연
해구신이 강장제로 효과가 잇는 것일까?
국내에서는 해구신이 든 제제가 약으로 정식허가를 받기까지 했으나
해구신의 효과는 해구의 정력을 상상한 데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이 약으로 허가를 받고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믿는가? 그 이유는 해구신이 정력제로 좋다는 내용이 "동의보감"
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역시 아무리봐도 옛날 동양의학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상도 수준이고 동물 밀렵에 한 몫 하는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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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1994년 4월 13일)
국내에서는 호랑이 뼈는 신경통 관련 의약품인 익수제약의 고호환에
들어가고 있으며, 코뿔소 뿔은 우황청심환에 들어가면 약효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호랑의 뼈의 경우는 1킬로그램에 도매
가격이 20만~40만원 정도로 유통되고 있으나 코뿔소 뿔은 1천만원이
넘게 호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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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가지 생약재로 구성된 우황청심환은 뇌졸중, 고혈압, 심계항진,
호흡곤란, 정신불안, 급만성경풍, 자율신경실조증, 인사불성 등의
증세에서 효능이 입증되었다고 한다.("한국일보" 1993년 12월 17일)
1993년 "멸종위기동식물보호협약" 이 발효되어 더욱 망신을 당한
국가가 우리나라이다.(한의학은 동물멸종시키는 학문 같아요)
문제가 된 것 중에는 우황청심환에 들어가는 코뿔소 뿔도 있다.
물소 뿔이나 한우 뿔로 대체해도 된다는 대체안이 나오기도 하지만
"동의보감" 에 적혀있다고 해서 코뿔소 뿔을 반드시 넣어야 약효가
나타나는 것일까? 흔히 놀라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경기를 할 때
효능성, 경제성에서 우황청심환이 최선의 약일까? 부작용은 없을까?
애매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에서 우황청심환의 임상시험을 했다고 하지만 처방 내용을 하나
하나 검토한 것은 아니다.
과학적인 처방 설정은 눈으로 보듯이 모든 것이 분명하게 이뤄진다.
우선 한개 한개의 약재 평가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코뿔소 뿔이
정말로 약효를 나타내는지 시험한 다음에 약효가 있다면 그 성분을 분리
하여 화학적 정체까지 밝혀낸다. 순수한 약효 성분을 사용하여 시험관
내 시험과 동물시험을 통해 안정성, 효능성,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특히 메커니즘적 이해를 통해서 효능성과 안정성을 예측하며 또한
다른 성분과 복합 시 어떤 이점이 있을지도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복합할 성분이 결정되면 다시 복합제제에 대한 안정성,효능성
시험을 거쳐 최종 임상시험에 의해 약이 탄생된다.
'30대 주부 산삼 34뿌리 캐' 기사("중앙일보" 1996년 7월 11일)
에는 친정어머니 산소를 찾아가던 30대 주부가 한 뿌리에 300만원에서
500만원을 호가하는 10년생 산삼을 캔 내용이 들어 있다.
과연 10년생 산삼이 그렇게 값어치가 나가는 것일까? 우선 약효 성분
이 그만한 값어치가 나게 들었어야 하는데, 산삼이 실제 그렇다는
증거는 없다. 이 애매함은 인삼의 약효 성분과 그 효과에 대한 완전한
연구 자료가 없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설혹 산삼에 약효 성분이 인삼보다 수십배 많이 들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병 치료에 좋을지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도
있다. 현대 약은 어떤 병에 얼마를 복용해야 효능성, 안정성이 가장
바람직한지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나온 것이다.
한약 중에서 약효가 있다고 알려진 것 중에 인삼보다도 과학적으로
좀 더 분명히 규명된 것이 웅담이다. 항경련,진정,강심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웅담의 약효 성분인 우루소데속시콜산의 주 효과
는 담석증의 예방과 치료이다. 웅담을 예로 보아도 한약 책에 쓰여져
있는 약효가 믿을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웅담은 신비한 약으로 취급되어 그램당 20달러 이상이 나가며
("중앙일보" 1995년 10월 28일), 우리나라의 곰 소비가 세계 1위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조선일보, 1996년 7월 24일).
(정말 한의학은 수천년동안 사람 치료하는 법은 연구안하고 동물 멸종
시키는 법만 연구했나 봅니다. 얼마전 EBS에서 동물밀렵에 관한 다큐
멘터리를 방영했는데 끔찍했죠. 어린 새끼곰을 잡아다가 양쪽 팔을
잡고, 기절도 안시킨채 칼을 바로 배에 푹 쑤셔서 웅담을 손으로
끄집어 내는 장면. 세계에서는 한국이 곰 밀렵에 한몫 하고 있다고
하죠. 한의학은 이제보니 동물멸종시키는 학문이 아닌가,생각듭니다)
심지어 한 재에 2500만원 짜리 한약도 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
1993년 8월 21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애매모호한 약에서만 이런 속임수가 가능하다. 약의 과학적 개념이
성립되기 전, 서양도 이러한 신비한 비방의 천국이었다.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부르는 것이 값이었을 것이다. 20세기로 들어올 때까지도
미국에는 5만개 이상의 이런 신비한 특허약,비방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모두를 정리해 준 것은 과학의 발달이었다. 과학에서는
성분과 효과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여 '애매모호함을 무기로 한 속임수'
를 허용하지 않는다.
한약과 관련된 제일 큰 문제는 안정성이다. 고대 인간은 병에 대한
이해, 부작용의 종류와 크기, 그리고 위험성에 대한 지식이 그리
없었다. 의약사가들은 서양 약의 뿌리가 환각성 약초, 암살용 약초
에서 유리됐음을 강조한다.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현저한 생리효과
를 나타내는 물질을 고대인들은 특히 약효가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그것을 개량하여 현대 약이 탄생했다는 의미이다. 이 점에서 실제
약효가 있다는 한약은 대부분 독성이 큰 것이다.
안정성과 관련된 한 예로, 한의사나 약사가 많이 처방하는 마황탕
(마황,계지,감초,행인의 탕제)를 들어 보자.
"상한론" 에는 "태양병으로 머리가 몹시 아프고 열이 나며, 몸이 몹시
아프고 허리가 아프면서 뼈마디가 아프고 추우면서 땀이 나지 않고
숨이 차는 자는 반드시 마황탕을 사용한다" 고 적혀 있다.
우선 병이 애매한 증상으로 규정된 것을 알 수 있다. 마황탕에 들어가는
마황의 주성분은 에페드린이다. 이 물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며,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중추를 흥분시킨다. 이것은 "상한론"
에 쓰여진 약효와 상당히 다르다.
현대 약리학으로 보면 마황탕은 비충혈, 기침에 효과가 있다. 또한
고혈압 환자에게는 더욱 혈압을 높이고 불면증 환자에게는 더욱 잠을
못자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최근 미국에서는 에페드린이 든
식품보충제를 복용한 사람 가운데 17명이 사망하고 800명이 부작용을
나타내어 심각한 의료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런 부작용 문제를 한약
에서는 거의 무시하고 있다.
흔히 한약과 같은 천연물에서 현대 약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그런 약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병에 듣고, 어떤 부작용,독성을 가진
것인지 과학적으로 평가한 현대 약은 한약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현대 약에서 천연물 성분 자체를 약 성분으로 사용하는 예는
드물다. 약 작용은 약의 화학 구조와 관련 있기 때문에 천연 성분
이라도 반드시 일부 구조를 바꾸어 최적화시켜야 좀더 안전하고,
좀더 효능성이 큰 약이 될 수 있다.
뉴에이지 추종자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이런 과학적 현대 약을
합성 약이라고 불러 한약 내지 천연물의 유용성을 광고하는 사람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과학무지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직업적,경제적,정치적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동기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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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천연물 약물시대,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
장일무 교수 인터뷰 "문화일보" 1997년 9월 26일)
'지난 1세기 동안 합성의약품에 지나치게 의존해 오던 인류가
이제 와서야 비로소 그 부작용에 따른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장 교수는 천연약물 성분을 지닌 특정 동식물의 경우 지난 수억 년
동안 지구 환경에 적응,생존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최적의 방어물질을
자체적으로 생합성해 내는 능력을 키워왔다고 역설한다. 말하자면 이
천연물 소재는 인간이 시험관 내에서 조금씩 합성해낸 약의 효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우세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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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수가 천연물로 예시한 것은 성요한 약초에 해당하는 물레나무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 천연물이 합성 약이라고 규정한 항우울제
플루오세턴(프로작)보다 약효가 우수하다는 의미로 21세기는 천연물
약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 같다.
물레나무가 프로작보다 우수한 항우울제인가?
아직 자세히 모르는 기대일 뿐이다. 프로작의 실마리도 기실은 천연
물이었다. 히스타민이라는 천연물을 실마리로 항히스타민제 디펜히드
라민이 탄생하였고 디펜히드라민이 우울 증상과 관련 있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약리적 연구를 단서로 프로작이 나온 것이다.
사실상 천연물, 합성 약을 구분하기 위한 이런 뿌리 캐기는 무의미
하다. 약에서 중요한 것은 합성 약, 천연물 약 논쟁이 아니라
안정성,효능성,그리고 경제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 교수가 식물성
천연물에서 신약을 발견하는 것이 다른 방법보다 우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되는 약 중에서
식물성 천연물에서 실마리를 얻는 약이 드물다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필자도 식물에서 우수한 약의 실마리가 나올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문제는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에 관한, 다시 말해서
발견의 확률성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장 교수는 천연물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자기 분야의
가능성을 강조했는지 모르나 그것을 '21세기는 천연물 약 시대'
라고 표현했다면 과학자로서 피해야 할 '맹목적 제1주의' 에서
나온 발상일 뿐이다.
필자는 1997년 초에 지난 200년간의 약 발견사를 정리한 "이야기
현대약 발견사" 를 저술하였다. 그 책은 제목 그대로, 현대 약의
발견사적 내용을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정리한 책이다.
그 후 서울대 의사학교실의 황상익 교수가 쓴 서평이 "문화일보" 의
북 리뷰(1997년 4월23일)에 실렸다. 그 서평의 제목이 '전통 약물학
비과학 단정 논란 여지' 라고 되어있듯이 이상하게도 필자가 단지
서문에 언급한, "실험과학적 방법이 적용되어 현대 약, 다시 말해서
과학적인 약이 나오기 시작했다" 라는 논점에 대해서만 주로 비평
하고 있었다. 황 교수는 "방법론 차이일 뿐" 이라는 소제목의 항목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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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늘날의 약은 단순한 경험의 소산인 과거의 약과는 달리
과학 또는 실험과학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현대 이전의 약을 비과학적 산물이며, 전통시대의 약물학을 비과학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 저자의 그 같은 관점은 한동안 과학사의
의약학사에서 주류를 차지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오늘날에는
과학은 현대 사회에만 존재할 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식의
이분적인 사고는 대체로 부정되고 있다. 과학의 존재양식과 그 방법론
등이 다를 뿐이지 과학은 존재하였다는 것이 많은 과학사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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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황 교수는 오늘날의 약이 전통시대의 약과 다른 점을
"동서를 막론하고 전통의학의 체계는 대체로 우리 몸의 전체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전일론적인 것이었다 ..... 이에 비해 현대의학은
해부학에 토대를 둔 국소적인 의학으로 상대적으로 분석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의학의 특성에 따라 현대의 약도 국소적인 특징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다" 라고 기술하였다.
그리고 끝으로,
"이 책에서 현대 약이 동서고금의 생약에서 추출,분석,합성된 것들임을
잘 알 수 있다. 앞에서 현대 약이 전통적인 것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사실 그것들은 역사적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약들은 인류 문명의 소산인 것이다" 라고 적었다.
필자는 황 교수가 어떤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전통시대에도 과학은
존재했다" 고 말하는지 모른다. 과학이란 과학적 방법에서 나온 지식
이라고 믿는 필자로서 고대의학에 비록 단편적이나마 객관성과 합리성
에 기초한 지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음양오행에 기초한 한의학이나
4체액설의 고대 서양의학을 과학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전통시대에도 과학은 존재했다? 필자는 황교수가 "과학의 존재양식과
그 방법론 등이 다를 뿐 현대사회 이전에도 과학은 존재하였다" 고
한 대목에서 그가 과학이라고 부른 것이 쿤(Thomas Kuhn) 식의 과학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누적적 과학발전론을 부정하고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쿤은
과학을 퍼즐 풀기로 보았다. 특수한 퍼즐을 푸는데 적용하는 규칙은
패러다임 안에 포함되어 있다. 패러다임이란 과학자들이 어떤 종류의
퍼즐을 풀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는지 그리고 그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황교수가 말한 '과학의 존재양식과
방법' 에 해당되는 것이다.
쿤이 아리스토텔레스(철학쪽에선 많은 훌륭한 저작을 남겼지만,
물리학에선 오류가 가득한 책을 냈음)의 것과 뉴턴의 것을 서로
다른 패러다임의 과학 이라고 불렀듯이 황교수는 고대 전일론적
의학도 현대의학과 마찬가지로 패러다임이 다를 뿐 과학이라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고대과학을 현재 우리가 참이라고 믿는
과학과 동일시한다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쿤의 관점에서 보면 과학자들은 개개의 패러다임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서 실제의 본질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 낼 뿐인 것이다. 이것은 객관적, 절대적인 진리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때문에 쿤은 '상대주의적 과학론' 의 주창자라는 말과 함께
비평의 공격을 받아 왔으며 지금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과학철학은
현재 모든 과학자가 확고하게 믿고 있는 객관적 진리를 부정하는
방편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반과학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과학론에 대항하는 논리는 얼마든지 있다.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면 당신의 주장도 그 주장의 의미에 동조하는 믿음을 갖거나
이득을 보는 부류에게만 통한다고. 사실상 고대의학적 대체의학이건 뉴
에이지 대체의학이건 기타 어떤 뉴에이지 신과학이건 이를 홍보하는
개인 내지 집단의 배경에는 과학무지에서 나온 맹목적 전통주의 뿐만
아니라 영리추구, 이해추구의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한다.
동양의 전통의약은 동양국가에서 아직 믿어지고 있으며 서양에서도
뉴에이지 추종자에 의해 대체의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서양의
전통의 약은 소멸되었다. 어째서인가?
런던의 심리학자 리드는 1920년대 저술한 "인간과 미신" 에서
"플리니우스 는 "자연사" 에 수백개의 생약을 적어 놓았으며 "갈레오투스"
는 800개의 약초를 기술하였다. 이중 아직도 유효한 것이 있으나 대부분은
소용없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을 던지며 이것은 당시의 의약이 미신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고대시대 병 치료의 주체인 주술사 또는 의사는 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자연 중에서 찾았을 것이다. 이들의 병과 약 효과를 판단하는
방법이 현대 과학시대의 것과는 달랐으며 물론 그 방법에는 현재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나 주술사들은 자신의 지식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어떻게 약이 작용하는지 알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이보다 발전된 의사
들에 의한 병과 약 효과의 판단도 당시의 지식한계 내에서 주관적, 경험적
인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고대시대 주술사나 의사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고 믿었던 약들도
대부분 약 작용이 아닌 자연치유였거나 위약효과 였으며 그 중에는 독성을
약 작용으로 오인한 것도 많았다. 아편, 키나피 와 같은, 후에 진정한 효과
의 약으로 판명된 소수의 약도 만병통치약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일면 이들은 처음부터 유추의 방법으로 거대한 상상의 구조물을 쌓아 올렸다.
이 상상적 믿음은 리드(런던의 심리학자)가 미신이라고 정의한 것으로, 추상
적 유사성의 힘을 믿은 데서 유래하였다. 그들은 질적인 특성과 감각적인 형태,
색깔, 맛 등에 기초하여 유사성을 확대하였고 대부분의 약은 근본적으로 마술
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미신이 경험적 상식을 압도하였으므로 리드에 의하면
전통약은 소멸될 수 밖에 없었다.
몇가지 미신적 예를 보자. 우선 온갖 귀한 돌과 금속은 그 귀중함과 불변성에
상응하는 효과가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금은 귀한
인간의 생명을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한 불로장생약이 되었다. 또 독사의 피부
처럼 여러 색깔의 점이 찍힌 식물은 뱀에 물린데 효과가 있으며, 폐처럼 생긴
잎은 폐병에 효과가 있고, 붉은색 꽃은 조혈작용이 있다고 믿었다.
찔리면 빼기 어려운 가시열매는 기억력 향상에 좋으며 노란색 담즙을 토해
내는 담즙병에는 4개의 노란색 약초를 쓰면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맛과 약효와도 관련시켰는데 현재 한의약에서 믿는 약성에서 그 색채
를 알 수 있다. 고대인은 인간인을 소우주로 형상화하여 생리현상을 해석하였
으며 행성과 유사한 특징의 생약으로, 대응되는 인체기관의 병을 치료하려고
하였다.
유사성 확대는 외과영역에도 적용되었다. 원시인은 가시나 독을 입으로 빨아
제거한 경험으로부터 뽑아내는 효과를 터득했다. 원인불명의 통증과 불쾌감은
몸 안의 독이 원인인 것으로 쉽게 유추되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피를 뽑거나
토해내거나, 배설시켰다. 이것은 갈렌 시대의 4체액설에 근거한 과도한 체액의
제거로 발전하였으며 현대의학이 탄생하기 전까지 광범위하게 시행되던 의학적
방법이었다. 이런 양상은 과학혁명기에도 계속되어 17세기 초의 연금술사이며
생리학자인 벨기에의 반 헬몬트를 연구한 학자의 기록에도 나와 있다.
"당시 의학의 내용은 전통의 답습과 미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엄격한 경험의
적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발한과 사혈법의 치료효과에 의심을 품은 발전적
사고를 가졌지만 두꺼비 눈에서 얻은 벌레를 약으로 쓸 수 있다고 믿은 퇴행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었다"
이 모든 상상적 유추에 의해 축조된 미신은 과학에 의해 소멸의 운명을 맞았다.
그 결정적인 시기는 실험과학적 방법이 의약에 적용되기 시작한 18세기 말 부터
이다. 예를 들어 영국 의사 위더링은 디기탈리스 잎의 수종 치료효과를 연구한
1785년 책의 첫머리에 "색깔,냄새,맛과 같은 식물의 외형적,감각적 성질은 실제
그 식물로 치료할 병과는 관련이 없다. 동물을 사용하여 효과를 관찰하거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식물의 가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고 하였다. 이 때 동물을 사용
한 관찰이나 임상경험이란 그가 디기탈리스의 효과를 검증한 것처럼 엄격한 객관적
평가, 다시 말해서 실험과학적 방법의 적용을 의미하였다.
황교수는 현대의약이 동서고금의 생약에서 추출된 것이며 이를 보아도 의약의 역사가
연결된 것임을 강조하였다. 의약의 역사가 연결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4천년 전의 수메르인들이 통증에 아편을 사용하였다고 하여서, 남미의 원주민들이
열병에 키나피를 사용하였다고 하여서 이들에게 과학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의약만이 과학이 아니며 나아가 서평의 제목이 그러하듯이 전통의약도 과학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과학적인 약이 탄생된 지 200년도 되지 않아 그리고 진정한 약 혁명이 시작된지
50~60년도 지나지 않아 뉴에이지 추종자는 신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전일론을 주창
하며 고대의 전통의약으로 희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허구성을
깨우쳐 주고 국민을 계몽해야 할 책임이 과학자에게 있다고 믿는 필자로서
'전통 약물학 비과학 단정 논란 여지' 라는 제목을 달게 한 황 교수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출처 - "신과학은 없다" (강건일 박사)
* 한약은 식물,동물, 광물에서 유래된 조잡한 형태 그대로의 것이다.
한방서에 기록된 대로 또는 경험에 의해 이들 약재를 투여한다.
과학적은 약은 이와는 달리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만을 일정한 제형에
함유시킨 것이며 안정성,효능성,복용량,복용법이 과학적으로 검토된
것이다. 과학적인 약에서는 약효성분의 구조를 중요시한다. 구조만이
약 작용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천연물에서 분리된 약효성분
도 그 구조를 파악, 최적화하는 과정을 밟았으며 경제적인 합성법을
연구하였다. 최적화 과정에는 약과 인체 내의 약과 작용하는 부위인
수용체와의 화학적 상호반응의 파악이 중요하다.
수많은 노벨 화학상이 이런 화학적 연구업적으로 주어진 사실을 보아도
과학적 약의 의미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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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관광, "중앙일보" 1996년 7월 15일)
중국에 전해져 내려오는 '중약대사전" 에는 5,767 종의 한약들이
소개된다. 그 가운데는 기이한 것들이 아주 많다. 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성으로는 벌집, 매미 껍질, 박쥐 똥, 노루 배꼽, 물개
음경(남성의 외부생식기..아시죠? 자X) 따위가 있는가 하면, 광물성
으로는 금, 석탄, 수은, 운모 따위가 포함된다. 사람의 머리카락,
치아, 태반, 월경, 소변까지 약이 된다니 더 할말이 없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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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방법이 탄생하기 전에는 고대 이래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이
진리였다. 위 기사에 열거된 약이 된다는 물질은 서양에서도 과학에
의해 폐기되기 전에는 약이라고 믿어졌던 것이다.
이런것들이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의 전통의학서에도 적혀 있고
현재 그것을 합법적인 약이라고 믹고 복용하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알래스카산 해구신(물개 자지) 밀수입 적발' 이라는 기사("중앙일보"
1996년 8월6일)에는 4500만원에 상당하는 해구신(물개 음경) 30개를
캐나다로부터 밀수입한 사람이 적발되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과연
해구신이 강장제로 효과가 잇는 것일까?
국내에서는 해구신이 든 제제가 약으로 정식허가를 받기까지 했으나
해구신의 효과는 해구의 정력을 상상한 데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이 약으로 허가를 받고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믿는가? 그 이유는 해구신이 정력제로 좋다는 내용이 "동의보감"
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역시 아무리봐도 옛날 동양의학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상도 수준이고 동물 밀렵에 한 몫 하는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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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1994년 4월 13일)
국내에서는 호랑이 뼈는 신경통 관련 의약품인 익수제약의 고호환에
들어가고 있으며, 코뿔소 뿔은 우황청심환에 들어가면 약효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호랑의 뼈의 경우는 1킬로그램에 도매
가격이 20만~40만원 정도로 유통되고 있으나 코뿔소 뿔은 1천만원이
넘게 호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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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가지 생약재로 구성된 우황청심환은 뇌졸중, 고혈압, 심계항진,
호흡곤란, 정신불안, 급만성경풍, 자율신경실조증, 인사불성 등의
증세에서 효능이 입증되었다고 한다.("한국일보" 1993년 12월 17일)
1993년 "멸종위기동식물보호협약" 이 발효되어 더욱 망신을 당한
국가가 우리나라이다.(한의학은 동물멸종시키는 학문 같아요)
문제가 된 것 중에는 우황청심환에 들어가는 코뿔소 뿔도 있다.
물소 뿔이나 한우 뿔로 대체해도 된다는 대체안이 나오기도 하지만
"동의보감" 에 적혀있다고 해서 코뿔소 뿔을 반드시 넣어야 약효가
나타나는 것일까? 흔히 놀라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경기를 할 때
효능성, 경제성에서 우황청심환이 최선의 약일까? 부작용은 없을까?
애매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에서 우황청심환의 임상시험을 했다고 하지만 처방 내용을 하나
하나 검토한 것은 아니다.
과학적인 처방 설정은 눈으로 보듯이 모든 것이 분명하게 이뤄진다.
우선 한개 한개의 약재 평가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코뿔소 뿔이
정말로 약효를 나타내는지 시험한 다음에 약효가 있다면 그 성분을 분리
하여 화학적 정체까지 밝혀낸다. 순수한 약효 성분을 사용하여 시험관
내 시험과 동물시험을 통해 안정성, 효능성,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특히 메커니즘적 이해를 통해서 효능성과 안정성을 예측하며 또한
다른 성분과 복합 시 어떤 이점이 있을지도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복합할 성분이 결정되면 다시 복합제제에 대한 안정성,효능성
시험을 거쳐 최종 임상시험에 의해 약이 탄생된다.
'30대 주부 산삼 34뿌리 캐' 기사("중앙일보" 1996년 7월 11일)
에는 친정어머니 산소를 찾아가던 30대 주부가 한 뿌리에 300만원에서
500만원을 호가하는 10년생 산삼을 캔 내용이 들어 있다.
과연 10년생 산삼이 그렇게 값어치가 나가는 것일까? 우선 약효 성분
이 그만한 값어치가 나게 들었어야 하는데, 산삼이 실제 그렇다는
증거는 없다. 이 애매함은 인삼의 약효 성분과 그 효과에 대한 완전한
연구 자료가 없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설혹 산삼에 약효 성분이 인삼보다 수십배 많이 들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병 치료에 좋을지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도
있다. 현대 약은 어떤 병에 얼마를 복용해야 효능성, 안정성이 가장
바람직한지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나온 것이다.
한약 중에서 약효가 있다고 알려진 것 중에 인삼보다도 과학적으로
좀 더 분명히 규명된 것이 웅담이다. 항경련,진정,강심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웅담의 약효 성분인 우루소데속시콜산의 주 효과
는 담석증의 예방과 치료이다. 웅담을 예로 보아도 한약 책에 쓰여져
있는 약효가 믿을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웅담은 신비한 약으로 취급되어 그램당 20달러 이상이 나가며
("중앙일보" 1995년 10월 28일), 우리나라의 곰 소비가 세계 1위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조선일보, 1996년 7월 24일).
(정말 한의학은 수천년동안 사람 치료하는 법은 연구안하고 동물 멸종
시키는 법만 연구했나 봅니다. 얼마전 EBS에서 동물밀렵에 관한 다큐
멘터리를 방영했는데 끔찍했죠. 어린 새끼곰을 잡아다가 양쪽 팔을
잡고, 기절도 안시킨채 칼을 바로 배에 푹 쑤셔서 웅담을 손으로
끄집어 내는 장면. 세계에서는 한국이 곰 밀렵에 한몫 하고 있다고
하죠. 한의학은 이제보니 동물멸종시키는 학문이 아닌가,생각듭니다)
심지어 한 재에 2500만원 짜리 한약도 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
1993년 8월 21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애매모호한 약에서만 이런 속임수가 가능하다. 약의 과학적 개념이
성립되기 전, 서양도 이러한 신비한 비방의 천국이었다.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부르는 것이 값이었을 것이다. 20세기로 들어올 때까지도
미국에는 5만개 이상의 이런 신비한 특허약,비방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모두를 정리해 준 것은 과학의 발달이었다. 과학에서는
성분과 효과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여 '애매모호함을 무기로 한 속임수'
를 허용하지 않는다.
한약과 관련된 제일 큰 문제는 안정성이다. 고대 인간은 병에 대한
이해, 부작용의 종류와 크기, 그리고 위험성에 대한 지식이 그리
없었다. 의약사가들은 서양 약의 뿌리가 환각성 약초, 암살용 약초
에서 유리됐음을 강조한다.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현저한 생리효과
를 나타내는 물질을 고대인들은 특히 약효가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그것을 개량하여 현대 약이 탄생했다는 의미이다. 이 점에서 실제
약효가 있다는 한약은 대부분 독성이 큰 것이다.
안정성과 관련된 한 예로, 한의사나 약사가 많이 처방하는 마황탕
(마황,계지,감초,행인의 탕제)를 들어 보자.
"상한론" 에는 "태양병으로 머리가 몹시 아프고 열이 나며, 몸이 몹시
아프고 허리가 아프면서 뼈마디가 아프고 추우면서 땀이 나지 않고
숨이 차는 자는 반드시 마황탕을 사용한다" 고 적혀 있다.
우선 병이 애매한 증상으로 규정된 것을 알 수 있다. 마황탕에 들어가는
마황의 주성분은 에페드린이다. 이 물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며,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중추를 흥분시킨다. 이것은 "상한론"
에 쓰여진 약효와 상당히 다르다.
현대 약리학으로 보면 마황탕은 비충혈, 기침에 효과가 있다. 또한
고혈압 환자에게는 더욱 혈압을 높이고 불면증 환자에게는 더욱 잠을
못자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최근 미국에서는 에페드린이 든
식품보충제를 복용한 사람 가운데 17명이 사망하고 800명이 부작용을
나타내어 심각한 의료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런 부작용 문제를 한약
에서는 거의 무시하고 있다.
흔히 한약과 같은 천연물에서 현대 약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그런 약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병에 듣고, 어떤 부작용,독성을 가진
것인지 과학적으로 평가한 현대 약은 한약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현대 약에서 천연물 성분 자체를 약 성분으로 사용하는 예는
드물다. 약 작용은 약의 화학 구조와 관련 있기 때문에 천연 성분
이라도 반드시 일부 구조를 바꾸어 최적화시켜야 좀더 안전하고,
좀더 효능성이 큰 약이 될 수 있다.
뉴에이지 추종자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이런 과학적 현대 약을
합성 약이라고 불러 한약 내지 천연물의 유용성을 광고하는 사람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과학무지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직업적,경제적,정치적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동기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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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천연물 약물시대,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
장일무 교수 인터뷰 "문화일보" 1997년 9월 26일)
'지난 1세기 동안 합성의약품에 지나치게 의존해 오던 인류가
이제 와서야 비로소 그 부작용에 따른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장 교수는 천연약물 성분을 지닌 특정 동식물의 경우 지난 수억 년
동안 지구 환경에 적응,생존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최적의 방어물질을
자체적으로 생합성해 내는 능력을 키워왔다고 역설한다. 말하자면 이
천연물 소재는 인간이 시험관 내에서 조금씩 합성해낸 약의 효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우세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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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수가 천연물로 예시한 것은 성요한 약초에 해당하는 물레나무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 천연물이 합성 약이라고 규정한 항우울제
플루오세턴(프로작)보다 약효가 우수하다는 의미로 21세기는 천연물
약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 같다.
물레나무가 프로작보다 우수한 항우울제인가?
아직 자세히 모르는 기대일 뿐이다. 프로작의 실마리도 기실은 천연
물이었다. 히스타민이라는 천연물을 실마리로 항히스타민제 디펜히드
라민이 탄생하였고 디펜히드라민이 우울 증상과 관련 있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약리적 연구를 단서로 프로작이 나온 것이다.
사실상 천연물, 합성 약을 구분하기 위한 이런 뿌리 캐기는 무의미
하다. 약에서 중요한 것은 합성 약, 천연물 약 논쟁이 아니라
안정성,효능성,그리고 경제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 교수가 식물성
천연물에서 신약을 발견하는 것이 다른 방법보다 우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되는 약 중에서
식물성 천연물에서 실마리를 얻는 약이 드물다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필자도 식물에서 우수한 약의 실마리가 나올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문제는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에 관한, 다시 말해서
발견의 확률성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장 교수는 천연물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자기 분야의
가능성을 강조했는지 모르나 그것을 '21세기는 천연물 약 시대'
라고 표현했다면 과학자로서 피해야 할 '맹목적 제1주의' 에서
나온 발상일 뿐이다.
필자는 1997년 초에 지난 200년간의 약 발견사를 정리한 "이야기
현대약 발견사" 를 저술하였다. 그 책은 제목 그대로, 현대 약의
발견사적 내용을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정리한 책이다.
그 후 서울대 의사학교실의 황상익 교수가 쓴 서평이 "문화일보" 의
북 리뷰(1997년 4월23일)에 실렸다. 그 서평의 제목이 '전통 약물학
비과학 단정 논란 여지' 라고 되어있듯이 이상하게도 필자가 단지
서문에 언급한, "실험과학적 방법이 적용되어 현대 약, 다시 말해서
과학적인 약이 나오기 시작했다" 라는 논점에 대해서만 주로 비평
하고 있었다. 황 교수는 "방법론 차이일 뿐" 이라는 소제목의 항목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저자는 오늘날의 약은 단순한 경험의 소산인 과거의 약과는 달리
과학 또는 실험과학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현대 이전의 약을 비과학적 산물이며, 전통시대의 약물학을 비과학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 저자의 그 같은 관점은 한동안 과학사의
의약학사에서 주류를 차지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오늘날에는
과학은 현대 사회에만 존재할 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식의
이분적인 사고는 대체로 부정되고 있다. 과학의 존재양식과 그 방법론
등이 다를 뿐이지 과학은 존재하였다는 것이 많은 과학사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
그러면서 황 교수는 오늘날의 약이 전통시대의 약과 다른 점을
"동서를 막론하고 전통의학의 체계는 대체로 우리 몸의 전체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전일론적인 것이었다 ..... 이에 비해 현대의학은
해부학에 토대를 둔 국소적인 의학으로 상대적으로 분석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의학의 특성에 따라 현대의 약도 국소적인 특징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다" 라고 기술하였다.
그리고 끝으로,
"이 책에서 현대 약이 동서고금의 생약에서 추출,분석,합성된 것들임을
잘 알 수 있다. 앞에서 현대 약이 전통적인 것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사실 그것들은 역사적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약들은 인류 문명의 소산인 것이다" 라고 적었다.
필자는 황 교수가 어떤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전통시대에도 과학은
존재했다" 고 말하는지 모른다. 과학이란 과학적 방법에서 나온 지식
이라고 믿는 필자로서 고대의학에 비록 단편적이나마 객관성과 합리성
에 기초한 지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음양오행에 기초한 한의학이나
4체액설의 고대 서양의학을 과학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전통시대에도 과학은 존재했다? 필자는 황교수가 "과학의 존재양식과
그 방법론 등이 다를 뿐 현대사회 이전에도 과학은 존재하였다" 고
한 대목에서 그가 과학이라고 부른 것이 쿤(Thomas Kuhn) 식의 과학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누적적 과학발전론을 부정하고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쿤은
과학을 퍼즐 풀기로 보았다. 특수한 퍼즐을 푸는데 적용하는 규칙은
패러다임 안에 포함되어 있다. 패러다임이란 과학자들이 어떤 종류의
퍼즐을 풀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는지 그리고 그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황교수가 말한 '과학의 존재양식과
방법' 에 해당되는 것이다.
쿤이 아리스토텔레스(철학쪽에선 많은 훌륭한 저작을 남겼지만,
물리학에선 오류가 가득한 책을 냈음)의 것과 뉴턴의 것을 서로
다른 패러다임의 과학 이라고 불렀듯이 황교수는 고대 전일론적
의학도 현대의학과 마찬가지로 패러다임이 다를 뿐 과학이라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고대과학을 현재 우리가 참이라고 믿는
과학과 동일시한다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쿤의 관점에서 보면 과학자들은 개개의 패러다임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서 실제의 본질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 낼 뿐인 것이다. 이것은 객관적, 절대적인 진리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때문에 쿤은 '상대주의적 과학론' 의 주창자라는 말과 함께
비평의 공격을 받아 왔으며 지금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과학철학은
현재 모든 과학자가 확고하게 믿고 있는 객관적 진리를 부정하는
방편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반과학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과학론에 대항하는 논리는 얼마든지 있다.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면 당신의 주장도 그 주장의 의미에 동조하는 믿음을 갖거나
이득을 보는 부류에게만 통한다고. 사실상 고대의학적 대체의학이건 뉴
에이지 대체의학이건 기타 어떤 뉴에이지 신과학이건 이를 홍보하는
개인 내지 집단의 배경에는 과학무지에서 나온 맹목적 전통주의 뿐만
아니라 영리추구, 이해추구의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한다.
동양의 전통의약은 동양국가에서 아직 믿어지고 있으며 서양에서도
뉴에이지 추종자에 의해 대체의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서양의
전통의 약은 소멸되었다. 어째서인가?
런던의 심리학자 리드는 1920년대 저술한 "인간과 미신" 에서
"플리니우스 는 "자연사" 에 수백개의 생약을 적어 놓았으며 "갈레오투스"
는 800개의 약초를 기술하였다. 이중 아직도 유효한 것이 있으나 대부분은
소용없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을 던지며 이것은 당시의 의약이 미신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고대시대 병 치료의 주체인 주술사 또는 의사는 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자연 중에서 찾았을 것이다. 이들의 병과 약 효과를 판단하는
방법이 현대 과학시대의 것과는 달랐으며 물론 그 방법에는 현재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나 주술사들은 자신의 지식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어떻게 약이 작용하는지 알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이보다 발전된 의사
들에 의한 병과 약 효과의 판단도 당시의 지식한계 내에서 주관적, 경험적
인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고대시대 주술사나 의사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고 믿었던 약들도
대부분 약 작용이 아닌 자연치유였거나 위약효과 였으며 그 중에는 독성을
약 작용으로 오인한 것도 많았다. 아편, 키나피 와 같은, 후에 진정한 효과
의 약으로 판명된 소수의 약도 만병통치약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일면 이들은 처음부터 유추의 방법으로 거대한 상상의 구조물을 쌓아 올렸다.
이 상상적 믿음은 리드(런던의 심리학자)가 미신이라고 정의한 것으로, 추상
적 유사성의 힘을 믿은 데서 유래하였다. 그들은 질적인 특성과 감각적인 형태,
색깔, 맛 등에 기초하여 유사성을 확대하였고 대부분의 약은 근본적으로 마술
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미신이 경험적 상식을 압도하였으므로 리드에 의하면
전통약은 소멸될 수 밖에 없었다.
몇가지 미신적 예를 보자. 우선 온갖 귀한 돌과 금속은 그 귀중함과 불변성에
상응하는 효과가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금은 귀한
인간의 생명을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한 불로장생약이 되었다. 또 독사의 피부
처럼 여러 색깔의 점이 찍힌 식물은 뱀에 물린데 효과가 있으며, 폐처럼 생긴
잎은 폐병에 효과가 있고, 붉은색 꽃은 조혈작용이 있다고 믿었다.
찔리면 빼기 어려운 가시열매는 기억력 향상에 좋으며 노란색 담즙을 토해
내는 담즙병에는 4개의 노란색 약초를 쓰면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맛과 약효와도 관련시켰는데 현재 한의약에서 믿는 약성에서 그 색채
를 알 수 있다. 고대인은 인간인을 소우주로 형상화하여 생리현상을 해석하였
으며 행성과 유사한 특징의 생약으로, 대응되는 인체기관의 병을 치료하려고
하였다.
유사성 확대는 외과영역에도 적용되었다. 원시인은 가시나 독을 입으로 빨아
제거한 경험으로부터 뽑아내는 효과를 터득했다. 원인불명의 통증과 불쾌감은
몸 안의 독이 원인인 것으로 쉽게 유추되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피를 뽑거나
토해내거나, 배설시켰다. 이것은 갈렌 시대의 4체액설에 근거한 과도한 체액의
제거로 발전하였으며 현대의학이 탄생하기 전까지 광범위하게 시행되던 의학적
방법이었다. 이런 양상은 과학혁명기에도 계속되어 17세기 초의 연금술사이며
생리학자인 벨기에의 반 헬몬트를 연구한 학자의 기록에도 나와 있다.
"당시 의학의 내용은 전통의 답습과 미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엄격한 경험의
적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발한과 사혈법의 치료효과에 의심을 품은 발전적
사고를 가졌지만 두꺼비 눈에서 얻은 벌레를 약으로 쓸 수 있다고 믿은 퇴행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었다"
이 모든 상상적 유추에 의해 축조된 미신은 과학에 의해 소멸의 운명을 맞았다.
그 결정적인 시기는 실험과학적 방법이 의약에 적용되기 시작한 18세기 말 부터
이다. 예를 들어 영국 의사 위더링은 디기탈리스 잎의 수종 치료효과를 연구한
1785년 책의 첫머리에 "색깔,냄새,맛과 같은 식물의 외형적,감각적 성질은 실제
그 식물로 치료할 병과는 관련이 없다. 동물을 사용하여 효과를 관찰하거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식물의 가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고 하였다. 이 때 동물을 사용
한 관찰이나 임상경험이란 그가 디기탈리스의 효과를 검증한 것처럼 엄격한 객관적
평가, 다시 말해서 실험과학적 방법의 적용을 의미하였다.
황교수는 현대의약이 동서고금의 생약에서 추출된 것이며 이를 보아도 의약의 역사가
연결된 것임을 강조하였다. 의약의 역사가 연결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4천년 전의 수메르인들이 통증에 아편을 사용하였다고 하여서, 남미의 원주민들이
열병에 키나피를 사용하였다고 하여서 이들에게 과학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의약만이 과학이 아니며 나아가 서평의 제목이 그러하듯이 전통의약도 과학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과학적인 약이 탄생된 지 200년도 되지 않아 그리고 진정한 약 혁명이 시작된지
50~60년도 지나지 않아 뉴에이지 추종자는 신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전일론을 주창
하며 고대의 전통의약으로 희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허구성을
깨우쳐 주고 국민을 계몽해야 할 책임이 과학자에게 있다고 믿는 필자로서
'전통 약물학 비과학 단정 논란 여지' 라는 제목을 달게 한 황 교수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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