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해서 용감혀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간사한가 봅니다


작년에 거머리를 얼굴에 많이 붙여

빈혈로 고생했건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시금 효과좋은 거머리의 유혹을 외면할수가 없습니다

 

제가 큰애 임신하고부터 생긴 기미가
기미 약을 먹고  바르고 피부관리를 받아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겨울이 되면 좀 연해졌다가

봄이 되면 또 다시 나타나서  보는사람마다

기미가 또 생겼네라는 말을 듣는게 참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러다 12년전에 우연히 거머리효과를 알게 되었습니다


근 30년된 어머니다리의  고질병 습진이 거머리로 낫는걸 본 우리는

정말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거머리를 얼굴에 붙이면 피부가 고와진다는 말에 솔깃해서
친정여동생과 저,그리고 아토피로 입술이 트고 갈라지는 딸애까지
3명이 누워서 처음으로 거머리치료를 받았답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온 얼굴에 거머리 몇십마리를 붙였는데
거머리들이 배불러 떨어진후 상처자국에서 흐르는 피가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 제부가 온 얼굴들에 피 칠갑으로 누워있는 우리를 보고
완전히 아프리카 몬도가네 가족이라고 놀릴 지경이었지요

정말 그때부터 우리가족들은 거머리 추종자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들도  어느덧 거머리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지요


비오던 어느날 제가 우리집 계단에서 넘어져서

촛대뼈가 다 보일정도로 심하게 다쳤습니다

 

정형욋과에 가서 꿰매었지만 다리가 너무 부어서

일주일후에 실을 뽑고나니 피부가 붙지를 않고 도로 벌어져버렸습니다

 

 아예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죽어버린 피부를 잘라내고

구멍을 뚫어 철심으로 피부를 당겨서 다시 기우라는 말에 전 고개를 저었습니다

 

차라리 제가 집에서 치료해서 저절로 새살이 생겨 붙게 하리라고

그때 거머리가 있었다면 다리의 죽은피를 뽑아냈으련만

구해주시던 선생님 연락처를 잊어버려 거머리를 도무지 구할수가 없었습니다

 

사방팔방 수소문도 해보고
부산에서 거머리치료하는 한의원도 다 찾아보았지만

그땐 사람들이 거머리를 잘 몰랐습니다


지금은 거머리요법 하는 한의원이 있고
인터넷에서 거머리자료에 대한 검색도 할수 있지만
그 당시엔  도무지 구할수가 없었습니다

 

할수없이 다리가 붓고 아플때마다 사혈침으로 찔러 피를 뽑았습니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아픔이 멎고 조금씩 새살이 차오르고

순전히 피를 뽑아내는 그 한가지만으로 다리는 다 나았습니다만

지금도 다리 흉터를 보면 거머리가 없어서  고생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작년에 친정여동생 시누이에게 꼭 거머리가 필요하지만 구할수 없는 현실에

우리가 거머리농장을 차리자며 상상의 나래를 폈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정말 우연히도
거머리구해주시는 선생님을 다시 만나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오매불망 그리던 거머리와의 해후

 

여동생 시누이가 얼굴에 거머리를 붙인후에 고질병 얼굴이 낫고
게다가 피부도 고와지고 ,나이들어 쳐졌던 쌍커풀도 동그랗게 올라붙어
미인이 되었단는 여동생의 말에 나도 용감하게  거머리를 얼굴에 붙였습니다

 

남편을 도와 날마다 사무실에 나와 있어야 하기에
거머리 물은 표시나게 얼굴에 쪼금씩 붙일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할것 욕심내어 이틀밤에 걸쳐 왼쪽얼굴,오른쪽얼굴,이마까지
거머리를 붙였더니 온 얼굴이 여드름자국처럼 보입니다


우리집에 오시는 손님마다 얼굴에 점빼는 레이져했냐고 물어보시기에

거머리요법 했다고 하니 손님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입니다

 

징그러운 거머리에게 그런 효과가 있냐고 참 신기하다는 분도 계시고
시골에서 동상걸려 거머리치료 해봤다는 분도 계시고
거머리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소름끼쳐 하시는 분도 있고

 

우리 인체는 하루에 소주잔으로  한잔 정도의 피가 생산된다는데

너무 욕심내어 거머리 200마리정도를 한번에 얼굴전체에 붙였으니
그 많은  거머리가 먹고 흘러내린 피가 얼마나 될지...

 

하여간 기미는 없어지고 피부는 말갛게 고와졌지만
숨이 차고 빈혈이 나서 한약지어먹고 홍삼엑기스먹고 한달간 고생했습니다

 

친정여동생 시누님은 목욕탕에서 저를 만나

거울보며 눈꺼풀에도 거머리를 직접 붙인 제 얼굴을 보곤
너희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을 하더랍니다

 

이젠 작년처럼 한꺼번에 말고 요령껏 조금씩 나눠 붙이고
화장을  좀 뚜껍게 하면  전혀 표시 안나게 할수 있습니다

 

이제와 곰곰 생각해보니 정말 무식해서 용감했나봅니다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