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다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뉴스 가끔 들었다.거식증에 걸려 고통받다 죽었다는 얘기도 가끔 들어봤다.
다이어트 하다 죽은 여대생의 뉴스도 들었다.
그러나 내가 아닌 남이라서 그런가보다 했건만 "죽어요!" 그 한마디를 내가 들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유한한 내가 무한한 아름다움의 나를 찾겠다고 한 것 뿐인데 '다이어트=죽음'이라는 공식을 껴안고 미련스럽게 밀고 나갔었던 거였다.

첫째 아이 낳고는 그런대로 나를 봐 줄수 있었다.
158센티미터에 63킬로그램 약간의 굼뜬 행동이 거북스러웠지만 아이를 안고 업고 하는데 있어 날렵함은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꽤 그럴듯 하였다.
그러나 둘째를 낳고부터 기고만장한 나의 살들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부분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마의 세 고개'였다.
아침에 갓 나온 식빵처럼 볼록볼록 쏟은 뱃살은 내 몸 중앙에서 장군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 밑에 동생 허벅지는 덩달아 불어나기 시작해 종아리 부근까지 살을 밀어 넣어주기 바빴다.
임신 때 뱃가죽이 튼 것도 모자라 종아리 부분도 살이 미어터지기 시작해 투투툭 트기 시작했다.
살이 뭐 대수냐 튼튼해서 아이만 잘 키우면 되지!
매일 같은 옷만 입으면 어때? 돈 절약되고 좋지!
애들이 먹다 남은 거 다 긁어 먹으면 환경오염 막는 전사지!
빨래거리 손으로 빡빡 빨아대니 전기 아껴 좋지!
그래 그래 하늘이 내리신 나의 복이야 내 살들하고 영원히 가야지!
이런 세뇌적인 생각도 잠시 비오듯 쏟아지는 남편의 화살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 어이~~ 무슨 약이라도 먹어봐!"
몸 약해서 먹으라는 약은 절대 아니고 다이어트를 하라는 압박은 날로날로 심해져 갔다.
친구들이, 주위에서, 좋다는 것은 다 해 봐도 한 두달 가기가 힘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가려움증 또 하나는 먹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을 빼면 난 시체였다.

살을 결정적으로 빼게 된 것은 큰 아이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어머님 오라는 소리도 전하지 않고 친구도 데려오지 않고 조금은 이상하다 싶었지만 난 여전히 라면 하나 끓여먹고 졸리면 퍼져 자고 그런 생활을 맘껏 누리고(?)있었다.
공개수업 오라는 용지를 아이 방 책상 밑에서 발견한 것은 수업 날짜가 한참 지난 뒤였다.
큰 아이를 붙들고 다그치자 한다는 말 "엄마 보고서 애들이 나 놀리면 어떡해!"
아이의 말이 맘 속에서 계속 부대끼고 있었다.
언젠가 방송에서 듣던 줄넘기로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10번 하는 것도 숨이 턱에 차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기를 50번 100번 500번으로 차츰 늘리기 시작하였다.
군것질 거리를 안 사기 위해 돈을 지갑에 넣어두지 않았다.
틈나는대로 은행에 가서 직접 뽑아다 썼다.
눈에 들어오면 먹을 것 살까봐 상가 거리를 빙 둘러서 걸어 다녔다. 예쁜 몸매를 원하기보다는 아이 엄마로써,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맘 속에 단단히 묶어 두었다.
밥은 현미와 보리를 넣어 시커멀 정도로 해서 먹고 양도 반으로 대폭 줄였다.
배고프면 오이와 물을 많이 마셨다.
그렇게 해서 줄넘기를 시작해서 일주일 정도 되니 1000번은 거뜬히 하고도 남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 싶어 아침을 먹은 후 30분 있다가 1000번 점심 먹고 1000번 저녁 먹고 1000번, 물 한잔 들이키고 잠을 잤다.
점점 하다보니 1000번도 너무 빨리 끝낸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체중계에 올라서면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었다. 더 빨리 빼야겠다 싶어 횟수를 늘렸다 1500번씩을 하였다.
끝까지 빠지지 않는 부분이 뱃살이었다.
너무나 더디 빠졌다. 3개월이 지났는데 눈에 띄게 빠지진 않았다.
그래도 몸무게는 60킬로 대를 내려와 50킬로 중반 까지 내려왔다.
50킬로 안으로 진입을 목표로 계속 강도를 높였다.
대신 먹는 양을 또 즐였다.
밥은 반의 반공기 반찬은 나물 위주로 맘껏 먹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는데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살이 빠지는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고 계속 강행군으로 밀어부쳤다
여기서 그만두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
아이들 엄마로써 자격이 없다
새로 태어나는 거다
이를 악물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 아침은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어지럽고 메스껍고 후들후들 떨리는 현상은 더했다.
밥도 먹기 싫어 미숫가루 한 잔 먹고 줄넘기를 하였다.
뱃살 빼려는 고비다 생각하고 줄넘기를 몇 번 넘기고는 끝이었다. 나의 기억은 거기까지다.

"아줌마~~ 정신 들어요? 여기 좀 보세요 이거 보여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기 볼펜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병원 응급실이었다. 링겔 꼽은 내 옆에는 친정엄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계셨다.
"니 미칬나? 살 뺄라꼬 묵지도 않고......칵 죽어삐라!
서 서방이 꼬드기나? 살 빼라꼬! 문디자슥~~~"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괄괄한 엄마의 목소리는 정신을 들게 하였다.
"아줌마! 지금 탈진 상태구요! 피 뽑아서 검사할 거예요! 그런데요 아줌마 다이어트 그렇게 하다간 죽어욧!"
의사의 한마디에 덜컹덜컹 심장이 뛰었다.
기운이 없어 말도 힐 수 없었다.
"미련 곰탱아~~꼬챙이처럼 삐싹 말라비틀어진게 뭐 좋다꼬!
한번만 더 지랄하면 다리 몽뎅이를 팍 뽀사뿌릴끼다!"
엄마 역시 엄포를 놓았다.

내 다이어트 성공기인지 실패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서 끝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지금은 줄넘기를 안하고 학교 운동장을 여러 번 걷는다. 그렇게 꾸준히 1년 넘게 해서 그런지 지금은 48킬로그램이다.
뱃살의 흔적은 여전히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런대로 만족이다.
그러나 한가지 그 때 줄넘기 하면서 내 진액을 다 빼서 그런지 아니면 한꺼번에 무리를 해서 그런지 얼굴 살이 확 빠지면서 볼 살이 움푹 들어가 화장을 안하면 너무 초라해 보인다는 거다
주름살도 훈장처럼 덕지덕지 붙어서 얼굴이 걱정이다.

내게서 영원히 함께 하자던 내 유한한 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다른 사람들의 살들로 이사가서 영원을 함께 하자고 유혹하고 있을까?
그러나 다시는 초대하고 싶지 않다
아, 볼 살로만 오라고 부탁은 하고 싶다.

한창 먹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을 때 했던 말이 있다.
"난, 요단강 건너갈 때도 내 손에 먹을거 가지고 갈거야."
참, 무시무시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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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