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부모님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는 시기가 있다. 머리가 좋아지는 수술이 있는지, 이러이러한 치료법이 있는지, 아니면 이러이러한 질환도 있는지, 주위에 물어 보면 종종 드라마나 영화 속에 어떤 질환이나 치료법이 등장한 경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갈등을 고조시키거나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된 상황들인 것이다. 몇해 전 드라마 "별을 쏘다"의 남자 주인공(조인성 분)의 '난독증'도 이런 경험을 했었다.

'난독증'은 사실 소아정신과적 장애인 "학습 장애"(읽기장애, 쓰기장애, 산술장애 등)의 범주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하위 범주의 하나인 "읽기장애"(각 기능이나 지능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배우는데 실패하는 경우에 사용)를 지칭하는 용어 중의 하나다. 읽기 장애는 19세기에는 "선천적 단어맹 congenital word-blindness"으로 불렸으며, 20세기 초 Dr.Orton이 교정 훈련을 통해 읽을 수 있게 된 청소년 환자를 치료한 후 언어적 발달 이상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상태를 "발달적 독서 불능증 또는 발달적 난독증 developmental dyslexia"이라고 부른데서 난독증이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난독증'은 통글자 whole word를 인식하거나 음소들을 해독하는데 있어서 결함을 칭하는데 사용되며, 난독증 환자라고 해서 글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글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핑계-빙게', '모욕-목욕', '혓바닥-허파득', '곱습니다-고븝니다', '너구리-구리너'처럼 읽기도 한다.

읽기 장애는 학령기 아동의 2~8%에서 볼 수 있고, 원인은 대퇴피질의 기능장애와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이 유력하며 최근에는 유전자 이상에서 원인을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가족력이 있어 일란성 쌍생아에서 일치율은 70%, 난독증 환자의 부모, 형제 중 난독증 빈도 34%를 보인다.

치료를 위해서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특별한 교육적 접근과 과제 훈련을 시행했을 때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학년이 되었을 경우에는 교정 반응이 좀 더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읽기 장애일 경우에는 어느 시기이든지 특수한 교육적 접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과제 훈련의 일반적 원칙은 1) 쉬운 것에서 점차 어려운 단어, 2)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단어, 3) 단순한 단어, 4) 자주 접하는 단어를 그림을 이용하거나 일반 아동보다 더 긴 시간을 소요해서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작은 단위로 세분화하는 과제 훈련이 도움이 된다. 중, 고등학생인 경우 긴 문장이나 내용이 많은 책을 접하게 될 때는 비디오 테잎이나 테잎을 보조도구로 사용하여 책을 읽기 전 미리 흐름을 접하고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학령기 아동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읽기 장애가 어른 드라마에 나오게 된 것은 아마도 '성인 난독증' 환자에서 보이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작가의 흥미를 불러 일으켜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성인 난독증 환자는 읽기 문제를 감추기 위해서 읽기와 쓰기를 피하며 기억에 의존하려고 하여 일부에서는 좋은 기억력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말로 표현하는 것은 잘하고, 대인관계가 좋거나 직관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기도 한다. 또한 소수에서 읽기 장애를 극복하고 기계, 건축, 물리학, 의사(특히 외과의사), 치과의사 등의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기자, 운동선수, 디자이너, 예술가, 기업가 등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난독증 환자는 자신의 지적 능력보다 낮은 직장에서 일하며, 시간이나 업무 처리에 있어서 계획, 조직화, 관리의 어려움을 보인다.

드라마로 돌아가 보면 주인공은 글을 전혀 읽지 못하는 "까막눈"을 딛고 뛰어난 기억력으로 "슈퍼스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읽기 장애 환자는 아예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줄을 건너 띄고 읽거나 읽는 속도가 느리고, 이해를 빨리 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만약 주인공이 실제 정신과 외래를 방문한다면 난독증의 가능성을 포함해서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까막눈"이 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 어렸을 때 양육 환경이나 교육적 혜택을 어느 정도 받았었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이후 치료적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난독증을 "질병 disease"의 개념보다는 "상태 status나 condition"으로 여기기도 하여 학령기 때부터 특수 교육적 접근을 위한 교육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난독증 환자 모임이나 연구 단체에서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기 발견, 치료 교재 제공 등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를 통한 일시적인 관심 보다는 난독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 및 체계적인 도움 등이 뒷받침 되었으면 한다.

출처: 365홈케어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