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들의 만찬
훈훈한 온기가 가득 찬 실내 온도는 25도,가습기가 폭폭 증기를 뿜어내는 방.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지 과학 씨는 침대 위에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단잠에 빠져 있다. 150만 마리의 진드기들이 침대에 함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채 말이다.

“이야, 오늘 밤에 포식하겠는데.”
“그러게, 머리를 안 감았는지 유난히 비듬이 많은 걸. 깔깔깔.”

과학 씨는 자신이 하룻동안 떨어뜨린 비듬과 각질 2g이 수만 마리의 진드기가 몇 달 동안 먹을 양식이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는 듯, 싱긋 웃으며 자고 있다. 비듬을 먹던 진드기가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어, 처음 보는 녀석들이 있네. 너희는 누구냐?”
“저 인간 옷에 묻어온 소파 진드기예요. 오늘부터 저희도 여기서 살게 됐어요.”
“몇 마리나 왔냐?”
“소파에서 50만 마리가 살았는데, 낮에 저 인간이 소파를 햇볕에 말리는 통에 다들 죽거나 흩어지고, 여기까지 온 건 얼마 안돼요.”

동족 50만 마리가 하루 만에 사라졌지만 진드기들은 그리 슬픈 표정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드기 한 쌍은 40일이면 10만 마리의 진드기를 만들 수 있는 대단한 번식력을 갖추고 있다.

“침대는 살기가 어떤가요?”

소파에서 온 진드기가 물었다.

“여기는 천국이지.보통 침대에서 사는 진드기의 수는 1백5십만 마리 이상이고 이들의 먹이가 되는 비듬이나 때 같은 먹이도 충분하지. 인간이 잠이 들면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열과 땀 때문에 온도가 25~30도, 습도는 80% 정도 되니까 말이야. 살기 딱 좋아. 게다가 요즘 같이 건조할 때는 가습기도 틀어주니까 더욱 좋지. 그러나 우리도 지저분하게 정돈되지 않은 침대는 싫어하지. 왜냐하면 정돈되지 않은 침대에서는 이불들이 펼쳐져 있어 자고 일어난 뒤 사람 몸에서 생겨난 습기가 금방 건조해져 버리거든. 결국 게으른 사람이 우리에게는 더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사람이지.

“그럼 정말 여기는 좋은 곳이군요. 진드기는 비듬 없이는 살아도 물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렇지. 우리 몸은 수분이 80%인데, 물을 직접 먹을 수는 없고 몸 밖의 분비선을 통해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해야 하니까 건조하면 큰일이지. 만약 먹을 게 없으면 먼저 죽은 진드기 시체를 먹고 지내면 되지만, 습기가 없으면 전멸이지.”
“그럼 주로 먹이는 어떻게 찾나요?”

우리는 주로 때나 피지 자체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 함유된 피지가 산화되어 생성되는 휘발성 성분인 노나날에 강하게 끌리지. 그러나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향은 자스민 꽃에 함유된 성분이지.그 향을 맞으면 우리는 죽을 듯이 숨이… 윽~ 생각만해도 어지렵군.”

엎치락뒤치락하던 과학 씨가 격하게 기침을 했다.

“이 인간이 천식에 걸린 모양이더군.”
“천식이 우리 진드기 때문이란 소리를 들었는지. 이불 빨고, 소파를 햇볕에 말리고 요즘 난리라니까요.”

아직 성충이 되지 못했는지, 다른 진드기들과 달리 다리가 3쌍인 진드기가 볼멘 소리로 외쳤다.

“다 우리 때문에 아픈 거래요.우리 진드기 배설물에는 구아닌(Guanin)이라는 특이한 단백질 성분이 있는데 그게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면 비염이나 천식,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을 일으켜요. 아토피 피부염도 심해지구요. 천식은 85%가 진드기 알레르기 때문에 일어나요.

진드기 최고 수명인 3개월을 꼬박 채우고 있는 늙은 진드기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가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이 침대를 떠나야 한다는 거냐? 우리도 원래 인간과 함께 살았던 게 아니다. 새의 깃털이나 짐승의 털에 붙어 살아왔지. 하지만 인간들의 서식지만큼 진드기의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곳은 없었다. 집먼지진드기라는 이름도 그래서 얻었지. 모든 종족은 자기 종족 보존을 위해 살아간다. 인간이 조금 불편하다고 해도 대수겠니. 우린 지구에 3백만년 전부터 살아왔어. 인간들이 뭐라 하건 신경 쓸 거 없다.”

옆에서 다른 진드기가 거들었다.

“바깥 세상에는 얼마나 무서운 진드기가 많은 줄 알아? 우리는 몸이 0.2mm~1mm지만 흡혈 진드기는 몸 길이가 2~10mm나 된다고. 들쥐에 붙어사는 진드기 중에는 라임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옮기는 것도 있지. 우리는 이만하면 인간과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 거야. 너도 곧 다리가 4쌍인 성충이 되면 우리 진드기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될 거야.”

진드기들은 다시 여기저기 떨어진 비듬을 먹으며 한 밤의 만찬을 즐기는 데 몰두했다. 간간히 기침을 하던 과학 씨는 공포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수백만 마리의 거대한 진드기 떼가 자신을 꼼짝 못하게 포위하고 공격해 오고 있었다. 과학 씨는 꿈 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처치하지? 도대체 어떤 무기를 써야 하는 거지? 으~악!”

진드기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과학향기 편집부)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