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 요인으로 현대에 들어 급증하는
알레르기성 비염
참을 수 없는 재채기의 고통



글 : 이 남 도(성신이비인후과)

지금의 386세대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오른쪽 가슴에 천으로 된 이름표 아래로 보이는 커다란 흰색 손수건을 하나씩 달고 있었고 이것이 당시에는 초등학교 입학의 상징인 시절이 있었다. 그 손수건의 용도는 꽃샘 추위에 놀란 코에서 콧물이라도 주르륵 흘러나오면 얼른 그것을 닦아내는 것이었고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보면 코를 닦는 횟수가 많아져 하얗던 수건은 시커멓게 변해갔다.
그 후 80년대로 접어들어 생활 형편이 점점 나아질수록 오른쪽 가슴에 붙었던 하얀 손수건은 어느 순간 사라져 갔고 콧물이 흐르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86세대의 하얀 손수건으로 며칠 만에 치료되던 그 콧물이 한 달 두 달의 이비인후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나았다가는 또 시작되고 괜찮은 듯하면 또 누런 콧물이 흐르는 일이 많아졌다. 과거, 변변한 약 없이도 콧물을 치료하던 하얀 손수건의 마력이 첨단 치료기와 약물로 무장한 현대 이비인후과학보다 나은 이유는 왜일까? 바로 알레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스팔트와 아파트 같은 밀폐된 구조물 속에서 살며, 대기오염 속에서 호흡하며 먼지가 많은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오늘의 어린이들은 알레르기의 원인물질(알레르겐)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졌고 결국 많은 수의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생겼다. 그럼 알레르기성 비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을 원인으로 추정
알레르기성 비염은 발작적이고 반복적인 재채기, 물과 같은 콧물, 그리고 코막힘을 주 증상으로 하는 체내 면역 반응성 질환으로 원인물질에 대해 개인의 반응성이 과민해져서 B 임파구와 T 임파구의 상호작용에 의해 수분 내에 히스타민 같은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그 결과 재채기, 콧물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 후로 수 분 내지 수 시간 후에 백혈구 임파구, 대식세포들이 밀집하면 이들이 내는 또 다른 여러 화학 물질로 인해 코의 점막이 붓고 염증성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이런 간단한 개념 속에는 수많은 인체 세포와 그들이 내는 여러 물질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존재하며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전적 요인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 모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경우는 75%, 한 쪽만 있는 경우는 50%가량의 자녀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는다고 한다. 이런 계산이라면 몇 세대 후에는 인류의 대부분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언젠가는 안경을 쓰는 사람보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많은 날이 올 것이다.
그 외의 요인으로 대기오염이나 기후변화, 흡연, 식품 첨가물 등도 알레르기 소인을 만든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알레르겐(원인 물질)으로는 집먼지 진드기가 있다. 주로 1년 내내 증상을 일으키고, 이부자리, 침대 매트, 양탄자 등에 살며, 인체에서 떨어지는 비듬을 먹고 생존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최적의 조건은 아파트와 같이 밀폐되고 따뜻하며 습한 곳이다. 그 외에 꽃가루, 곰팡이류, 동물의 비듬과 털, 바퀴벌레, 그리고 각종 공업원료와 대기오염 물질 같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자체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단 한 번의 혈액 채취로 진단은 가능하지만
이 병에 대한 진단은 설문지 검사를 통해 어떤 증상이 있는지, 부모에게도 같은 증상이 있는지, 그리고 계절적 변화나 최근 생활 환경을 바꾸었는지 등을 알아보고 콧속의 진찰과 함께 혈액 검사와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가 있다. 최근에는 간단한 혈액 채취로 수십 가지 원인 물질에 대한 신체의 과민성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완치가 어려워 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 목표는 증상으로 인한 일상 생활의 불편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는 알레르기 반응이 단순히 콧속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인체의 면역 체계와 우리 생활 자체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알레르겐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다. 집먼지 진드기가 원인인 사람은 집안을 자주 청소하고 오래된 베개나 침구 등은 버리거나 따뜻한 물로 자주 세척하며 집먼지 진드기가 통과하지 못하는 특수 커버를 씌운다. 집안의 습도를 낮추고 카펫이나 천으로 된 가구를 없애고 진드기를 없애는 구충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하나하나 실행할수록 알레르기 비염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만일 특정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에는 그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 이전에 미리 예방적 약물 치료 혹은 면역 치료를 받거나, 꽃가루가 날릴 때에는 가능한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한 외출 시 마스크 등을 착용해 최대한의 접촉 회피를 시도한다. 외국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겐을 피해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약물 치료로, 어쩌면 원인 규명의 연구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전문의의 지식과 경험에 의한 여러 약물의 혼합 내지는 단독 치료로 수많은 알레르기 환자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정도의 삶을 살 수가 있다.
셋째로 환자에게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낮은 농도의 알레르겐을 주사하고 점차 투여 농도를 높여 마침내 일상적인 생활 속의 알레르겐 농도에 대해서도 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면역 요법이 있으나 그 치료 효과는 기관지 천식의 경우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개는 위의 여러 방법을 함께 적용하여야 큰 효과를 볼 수가 있으므로 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니 참 어려운 병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