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는 생활습관병, 생활을 고쳐야 치료된다





최근 들어 성인병의 대표적 질환인 당뇨병 인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의 인구가 1960년대에는 인구 1000명 당 0.4명이었으나, 1985년에는 6.2명으로 약 15배가 증가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인구 1000명당 10명은 시간 문제.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의 발병시기가 빨라져 젊은층의 당뇨병 유병률이 늘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광원 / 삼성서울병원 내과 전문의


인체 연료가 소변으로 다 나오면?
당뇨는 말 그대로 당이 소변으로 나오는 것이다. 당뇨 환자에게는 지긋지긋한 골칫거리인 이 ‘당’, 즉 포도당은 우리가 먹는 단백질, 비타민 등 많은 음식물 중에서 탄수화물의 구성단위로 매우 중요한 영양분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화 효소에 의해 그것이 포도당으로 변하고 이는 곧 혈액으로 흡수된다. 그러면 피를 타고 몸을 돌면서 다른 영양소와 함께 신체의 에너지로 쓰여야 하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액 내로 흡수된 당분이 필요한 조직인 간, 근육 및 지방세포로 적절하게 흡수되지 못하고 혈중에 남아 있다보니 그 양이 넘치게 되어 결국 오줌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이 연료로 쓰이지 못하고 오줌으로 빠져나가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열쇠가 바로 유명한 ‘인슐린’에 있다. 보통 당뇨환자들이 인슐린을 외부적으로 주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약품 이름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정상인인 경우 이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적절하게 분비되어 혈중 포도당을 필요한 조직에서 원활하게 저장하고 사용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당뇨 환자들의 경우 췌장이 이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거나, 충분치 못하게 만들거나,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당뇨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료 부족이 만드는 연쇄 도미노 사건
이렇듯 당뇨는 혈액 속에 당이 돌아다니면서도 몸의 연료로 쓰이지 못하기 때문에 몸 안에서는 좋지 못한 도미노 현상들이 생긴다. 우선 연료를 기다리고 있던 세포가 당이 들어오지 않으니 배고프다고 자꾸 신호를 보내게 되므로 배고픔을 자주 느껴 다식을 하게 만든다.
또, 당이 소변으로 빠져 나오면서 삼투압 현상으로 수분을 같이 끌고 나오므로 소변량이 많아지는 다뇨 증상을 보인다. 그러면 몸은 그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자꾸 음료수를 마시게 되는 증상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다식(多食), 다뇨(多尿), 다음(多飮)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당뇨의 증상이고, 당이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니 몸은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를 피로감으로 보내게 되므로 쉬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식, 다음으로 인해 당뇨환자는 살이 찌지 않느냐는 반문이 생긴다. 그러나 대부분 당뇨 환자들은 살이 빠지고 마른다. 그 이유는, 처음엔 다식으로 인해 살이 찌는 듯 하지만 당뇨가 진행되면 당이 계속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몸은 대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광고 카피처럼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을 당으로 바꾸려다 보니 체단백질 감소로 체중이 점차 감소하게 되므로 살이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당뇨의 증상 이외에도 합병증으로 인한 여러 증상이 올 수 있다. 그러나 더 무서운 일은 당뇨병이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는 이러한 심한 증상을 동반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오랜 시간 병을 방치하게 되어, 합병증이 발생한 다음에야 자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의 합병증을 두려워한다. 그만큼 합병증의 종류도 많기 때문이지만, 특히 급성 합병증들은 ‘중용’이 매우 중요해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인슐린의 부족으로 혈당이 높아져도 위험하지만, 반대로 인슐린의 과다 투여로 인한 부작용인 저혈당도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환자가 곧 의사
이렇듯 당뇨병은 하루에도 몇 번씩의 관리가 필요한 병이므로 집에서 하는 ‘자가 혈당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 약국이나 인터넷에는 자가 혈당검사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데 유용한 여러 기구들이 많이 나와 있다. 자가 혈당검사를 하면 식사, 운동, 약물요법의 경과를 확인하여 유연성 있게 조절할 수 있고, 저혈당증과 고혈당증으로 인한 위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자가혈당 측정기를 이용한 혈당 검사법이 가장 정확한 자가 검사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이며, 특히 혈당 체크가 매우 중요한,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에게 유용하다. 또한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투여하기 위한 인슐린 펌프도 있는데, 이는 미리 체크된 혈당에 따라 작은 바늘을 통해 인슐린이 저절로 체내에 계속 투여되도록 하는 담뱃갑보다 작은 휴대용 기계다.

움직여라, 그러면 달아난다
이처럼 당뇨병은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한 병이다. 부적절한 식사와 운동만으로도 혈당이 널뛰기를 하고, 그 혈당이 높아도 문제, 낮아도 문제라 변화를 놓치면 바로 여러 합병증으로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뚜렷이 알 수 없지만, 비만 환자 100명중 80명 정도가 당뇨에 걸릴 수 있다는 등의 보고가 있다. 이는 몸이 불어나는데 비하여 인슐린 분비는 적절하게 증가되지 못하는 한편, 비만으로 인하여 인슐린 작용의 효과 역시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유전, 스트레스, 바이러스, 식사습관, 약물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신체활동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서 말라도 신체 활동이 없는 사람이, 뚱뚱해도 신체활동이 많은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배 가량 높다는 미국의 조사 결과도 있다. 그만큼 신체활동이 당뇨병 예방에 중요하다는 결과로써, 대한내과학회에서 정한 ‘생활습관병’이라는 명칭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당뇨는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필요한 병이다. 그 싸움에 따라 암처럼 위험해 질 수도 있고, 양처럼 순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싸우려면 괴롭고 힘든 법. 싸우려 하지말고 이왕에 당뇨에 걸렸다면, 당뇨와 친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독이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으로 당뇨병의 위험은 대부분 제거될 수 있다.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