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과 심장질환은 남성의 병? 여성의 심장질환이 급증하면서 앞으로 이런 등식이 깨질 것 같다. 1995년 급성 관상동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는 1477명(18개 대학병원 조사). 그러나 10년 뒤인 2004년엔 6051명으로 늘어나 4.1배 증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남성 환자 증가율은 3.4배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여성 심장질환자는 발견이 늦다는 것. 남성과 증상이 다르고,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바이엘 아스피린과 함께 ‘아내의 혈관이 위험하다!’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증상으론 조기발견 어려워

 경기도 분당구에 사는 주부 김모(56)씨. 얼마 전 샤워를 하다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응급실 신세를 진 그녀에게 내려진 진단결과는 심근경색. 가까스로 생명은 구했지만 가족들은 지금까지 의아해한다. 약간의 고혈압이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중년 주부들처럼 배가 나왔고, 고지혈증이 있긴 했지만 동네 의사는 약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을 했었다. 혈관 촬영 검사 결과 그녀의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은 70%가 막혀 있어 가족을 더욱 놀라게 했다.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심장내과 오동주 교수는 “여성은 심장질환 증상이 남성과 달라 초기 대응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경우 흉통ㆍ호흡곤란 등 전형적인 증상이 있지만 여성은 피로ㆍ메스꺼움ㆍ숨참ㆍ우울 또는 불안감 등 심장과 무관한 듯 보이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특히 이들 증상이 폐경기증후군과 비슷한 것도 조기 발견을 더디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 폐경기 이후 급격히 늘어

 대한순환기학회가 조사한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입원한 여성의 평균 나이는 49.5세. 93%가 50대 이후 발병해 폐경기와 여성 심혈관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발병 원인은 폐경에 의한 여성 호르몬 감소. 신촌세브란스 심혈관센터 정남식 교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혈관 보호 작용을 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뚱뚱해도 혈관이 막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성 호르몬이 혈관에 나쁜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을 억제하고,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여 동맥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 하지만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이러한 혈관 보호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여기에다 여성은 남성보다 심장 크기가 작고, 혈관도 가늘다는 것도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밖에 흡연ㆍ비만ㆍ고혈압ㆍ고지혈증 등 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잘못된 생활 습관도 한몫한다.

여성 비만은 가장 심각한 심장병 발병 인자다. 우리나라 여성 비만 인구는 2005년 기준 28.3%로 계속 증가 추세다. 또 45세 이상 여성 중 절반 정도가 고혈압을 앓고 있고, 55세 이상 여성 중 40%가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온다.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혈관의 적은 ‘고혈압, 당대사 이상,지질대사 이상, 비만’ 등 4인방이다. 죽음의 4중주로 불릴 정도로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들 모두 식사ㆍ운동 등 생활습관에 기인한다. 특히 비만 중에서도 복부 비만, 그중에서도 내장 비만이 주범 1호다. 오 교수는 “특히 폐경기 이후엔 피하지방이 내장지방으로 바뀐다”며 “지방세포에서 몸에 나쁜 각종 생리활성물질이 쏟아져 나와 혈관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4인방은 폐경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1948년부터 최근까지 4년 이내에 조기 폐경을 맞은 695명을 대상으로 조기 폐경과 심장질환 위험인자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ㆍ혈압ㆍ몸무게 등이 폐경을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결국 폐경 이전부터 올바른 식생활과 운동,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라는 평범한 수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혈관을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Posted by 성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