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능력을 앞지르는 항균제 내성
작성자 김양수(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록일 2006.06.08 조회수 87



항균제 내성의 심각성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이에 대한 경고책으로 국내에서도 얼마 전 항균제 과다사용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였다. 1940년대 항균제 사용 후부터 항균제 내성은 시작되어 왔으나 더 좋은 항균제를 개발하여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항균제의 내성이 인류의 능력을 앞지르게 되었다.

최근 그람양성균 치료의 최후 보루인 반코마이신(vancomycin)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 포도구균(VRSA, 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과 장구균(VRE,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등이 출현하여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3세대 cephalosporin에 듣지 않는 Escherichia coli와 Klebsiella pneumoniae, fluoroquinolone 내성 그람음성균, 다제내성 폐구균, 다제내성 살모넬라균, 다제내성 결핵균 등 생소한 이름의 세균들도 심각한 내성을 보여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을 가하고 있다.

1940년대 항균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항균제 내성이 있어 왔으나, 인류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더욱 좋은 항균제를 개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인류의 항생제 개발에 맞서, 세균은 나름대로 유전학적 진화를 거듭하였고 급기야 인류의 능력을 앞지르게 되었다.

그 결과 항생제 내성은 핵폭발 직전의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반면, 인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라인에 아무 것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높은 한국의 항균제 사용과 내성

아시아권은 항균제 내성이 월등히 높은 지역이며, 특히 한국의 항균제 내성률은 세계적으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실정이다.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조사된 연구들에 의하면 MRSA 비율(병원에서 분리된 황색포도균의 경우 한국 70% 전후, 미국 40%, 캐나다 5%, 유럽 32%)과 폐구균 내성(penicillin 내성률: 한국 68%, 미국 14%, 캐나다 6.8%, 유렵 10.4%)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감기환자에서 항균제 처방률은 선진국은 20-40%이며, 한국에서의 처방률은 60-70%로 보고하고 있다. 수술 시 예방적 항균제 사용의 경우 외국과 비교할 만한 자료는 없으나, 국내의 경우 항균제의 종류가 광범위하고 사용기간이 매우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높은 내성률을 보이게 된 것은 항균제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항균제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감염 전문가의 절대적 부족, 새로이 개발된 항균제 사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교육 기회의 결여, 항균제에 대한 광고, 쉽게 항균제를 구입하고 복용할 수 있었던 과거의 행태, 부적절한 항균제 사용을 감시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제도의 결핍 등 이유는 많이 있다.

적정한 항균제 사용을 위한 노력

항균제 내성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의료계 뿐 아니라 약사 및 약업계, 수의학계, 미생물학계, 소비자단체, 교육계 언론계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이다.
국내의 경우 학술단체에서 항균제 사용 양상, 항균제 내성 양상 등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며, 정부에서는 최근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일부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나, 동물에서의 항균제 사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항균제 사용률을 OECD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① 국내의료기관별 항균제 사용 실태를 파악하여 우리의 위치를 반성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②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항균제 사용 지침을 개발해야 한다.
③ 항균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④ 감염질환 및 항균제 사용에 대하여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의사, 환자 모두 단순한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을 항균제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 약국에서는 약에 대한 올바른 복용방법과 항생제 내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어야 한다.
⑤ 항균제 적절한 사용과 내성 억제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조화시켜 나아갈 수 있는 비정부단체 (예: 항균제 잘 쓰기 연대)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항균제 내성균 예방을 위해서는...
1. 항균제 사용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한다.
2.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처방된 약은 끝까지 사용해야 한다.
3. 항생제를 남겨 두었다가 다른 가족에게 투여하거나 나중에 비슷한 증상이 있을 때 임의로 복용하지 않는다.
4. 처방된 용량을 꼭 지키고 임의로 용량을 줄이거나 늘여서 복용하면 안된다.
4. 가능한 투약시간을 지키고 거르지 않도록 한다.


항균제는 사람 뿐 아니라 동물, 식물, 및 여러 가지 상품에도 사용된다. 특히 동물에서 항균제 사용은 최소화 하도록 하고,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항균물질 포함 상품의 생산은 자제되어야 한다.
적절한 항균제 사용이 국민건강증진과 의료재정 절약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민간 의료기관 뿐 아니라 정부에서 더 깊게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출처: 365홈케어
Posted by 성희짱